일본 최대 자동차 메이커, 토요타(Toyota)의 역사와 미래

토요타

(1) 방직기에서 시작한 도요타 사키치와 기이치로의 비전

토요타(Toyota)는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로, 전 세계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거대 기업이다. 이 회사의 뿌리는 19세기 말 도요타 사키치(豊田佐吉)가 방직기(직물기계) 사업으로 성공한 후, 그의 아들 도요타 기이치로(豊田喜一郎)가 ‘자동직기(Toyoda Automatic Loom)’ 특허와 사업 자금을 바탕으로 1933년 자동차 부문에 도전한 데서 비롯된다.
애초 가업인 방직기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도요타 가문은, “자동차가 미래 산업을 이끌 것”이라는 기이치로의 열정에 힘입어 1937년 ‘도요타 자동차공업 주식회사(トヨタ自動車工業株式会社)’를 공식 출범시켰다. 회사 명칭에서 일본어 발음상 ‘도요다(とよだ)’ 대신 ‘토요타(トヨタ)’를 택한 이유로는, ‘とよだ’가 획수가 10획으로 끝나는 반면 ‘トヨタ’는 8획으로 끝나 일본에서 ‘8’이 부를 상징한다는 미신적 이유가 거론되기도 하고, 브랜드 어감상 간결함을 위해 바꿨다는 설도 있다.

1930~40년대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등 혼란기에 놓여 있었으나, 전후 일본 경제 부흥 시기에 토요타는 소형 트럭과 소형 승용차로 내수 시장을 개척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1950년대 초반 일본 정부의 지원과 자국 소비자들의 모터리제이션(자동차 보급) 열풍을 타고, 토요타는 “코롤라(Corolla), 크라운(Crown)” 같은 대표 모델을 출시해, 일본 사회에서 ‘중산층도 쉽게 살 수 있는 실용적 자동차’를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2) 코롤라, 캠리, 그리고 프리우스… 세계 시장 장악의 기반

토요타가 글로벌 무대에서 슈퍼파워로 성장한 결정적 계기는 여러 베스트셀링카를 잇달아 탄생시키며 대량수출을 이룬 1960~80년대에 있다. 대표적으로 1966년 시작된 ‘코롤라(Corolla)’ 라인업은 ‘작고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전 세계 누적 판매량 5천만 대 이상을 기록,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코롤라는 엔진 소형화, 간단한 정비성, 높은 내구성으로 신흥시장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중형 세단 쪽에서는 ‘캠리(Camry)’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폭넓은 구매층을 확보해,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 중형 세단 판매량에서 1위를 다투는 등 현대·기아, 혼다(Honda)의 라이벌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캠리는 편안한 승차감, 저렴한 유지비, 높은 내구성과 잔존가치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수많은 미국 가정과 회사의 “기본 옵션” 같은 존재가 되었다. 토요타는 또 ‘하이럭스(Hilux)’나 ‘랜드크루저(Land Cruiser)’ 같은 픽업트럭·오프로더 차종으로 중동·남미·아프리카 시장에서 거대한 인기를 얻으며, “토요타 = 어딜 가도 고장 안 나는 차”라는 이미지를 확립했다.

그러나 토요타가 21세기에 들어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건 프리우스(Prius) 같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였다. 1997년 출시된 1세대 프리우스는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하이브리드차”로,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해 연비와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구현했다. 당시에는 “하이브리드가 과연 상품성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컸지만, 2세대3세대를 거치며 프리우스의 연비가 2030km/L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자 전 세계적인 녹색 자동차 열풍을 촉발했다. 북미와 일본을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은 프리우스는 토요타를 ‘친환경차의 대명사’로 만들어 주었고, 2000년대 들어 각국의 환경 규제와 고유가 추세와 맞물려 토요타 하이브리드 기술이 정점에 이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토요타는 소형차부터 중형·대형 세단, SUV, 픽업, 하이브리드에 이르는 광범위한 라인업을 구축하며, 2000년대부터 글로벌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초거대 기업으로 부상했다. “불량률 0%를 향한 끝없는 품질 개선”을 추구하는 ‘도요타 생산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 TPS)’은 전 세계 제조업이 벤치마킹하는 대표 사례가 됐으며, “가성비 높은 차, 내구성 뛰어난 차”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굳어졌다.

(3) 전동화와 자율주행, 모빌리티 회사로의 전환

최근 자동차 업계는 전동화(Electrification) 시대로 급변하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배터리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파워트레인 다변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토요타는 이미 하이브리드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rius PHV, RAV4 PHV 등), 순수 전기차(bZ4X 등), 수소연료전지차(미라이Mirai)까지 망라해 “에너지 믹스”를 구현하려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Mirai)는 “주행 중 배출가스가 ‘물’만 나오는 완전 무공해 수단”으로 주목받았으나,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과 고비용 문제 등 제약이 있어 아직 대중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서는 배터리 전기차 시장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토요타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bZ 시리즈)과 모델 확장을 적극 검토 중이다. 그 첫 결과물이 bZ4X라는 CUV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 “토요타식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선언이다.

또한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과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토요타도 소프트웨어·AI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자체 연구조직 TRI(Toyota Research Institute)를 통해 로보틱스, 자율주행,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등을 연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우버·디디추싱 같은 빅테크·모빌리티 기업과 협력해 플랫폼과 데이터 기술을 확보하려고 한다. 2020년 CES에서 발표한 “우븐 시티(Woven City)” 프로젝트는 토요타가 후지산 기슭에 미래 스마트시티를 건설하여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등을 실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단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야심을 보여준다.

다만 일본 정부와 토요타가 오래전부터 수소연료전지 등에 집중 투자해왔으나, 최근 배터리 전기차가 글로벌 표준이 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토요타가 전기차 전환에 늦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또, 2009년~2010년 “가속 페달 결함” 논란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토요타 품질 신화가 일시적으로 흔들렸던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축적된 브랜드 신뢰와 A/S 네트워크, 하이브리드 기술 우위 덕분에 토요타는 대체로 위기를 극복했으며, 지금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토요타 내부 경영진이 “전기차에 대대적 투자를 진행하고, 2030년대에는 주요 라인업을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으나, 동시에 하이브리드나 수소연료전지 등 여러 파워트레인을 병행할 것이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지역별 에너지 인프라와 고객 요구에 따라 가장 적절한 파워트레인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완전히 배터리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폭스바겐 등 유럽 업체와는 다른 노선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다양해지는 규제와 인프라 상황을 고려하면 토요타식 ‘다각화’가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토요타 생산방식(TPS)과 카이젠(Kaizen: 지속적 개선) 문화는 전동화 시대에도 유효하다. 부품 공용화·단순화·효율적 품질 관리로 비용을 낮추는 기법을, 전기 파워트레인이나 자율주행 전장부품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판매망과 수백만 대 단위의 규모 경제는 전기차 부품 단가를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리하자면, 토요타는 1937년 방직기 회사에서 분리되어 시작된 이래 코롤라와 캠리로 대표되는 ‘대중차’, 프리우스와 하이브리드·수소 기술로 상징되는 ‘친환경 리더십’, 그리고 전동화·자율주행 시대에도 빠르게 적응하려는 ‘모빌리티 회사 전환’까지 아우르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불량 제로”와 “끝없는 품질 개선”을 내세운 TPS가 산업계의 교과서가 되었듯이, 토요타의 전동화·자율주행 전략 역시 미래 자동차 생태계의 중요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토요타는 “모두를 위한 자동차”라는 모델 T 시대 미국 포드의 정신과 비슷한 방향성을 유지하며, 가격과 품질의 균형을 잡아 대중에게 친화적인 전동차와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하려 할 것이다. 글로벌 TOP 수준 판매량을 달성해온 노하우와 생산 체계가 21세기에도 그대로 유효할지, 아니면 새로운 파괴적 혁신 업체들에 밀릴지, 2020년대 중반 이후 자동차 시장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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